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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무수정

천공호텔 단간론파는 단간론파 본가 시리즈의 스토리와 인물에 대한 스포일러, 주관적 해석과 재창작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부디 이를 유념해주시길 바랍니다.

천공호텔 단간론파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 특성상 발언자의 신원을 표기하기 위해 대본체 표기가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읽는데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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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호텔 단간론파 ch.1 비일상편
<감이 좋아서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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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나기 한나: "제 파트너가 집착이 여간 심한게 아니라서요. 후후."


[SYSTEM]


<카라스야마 류이치>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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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의 천장에 걸린 하루히 양의 얼굴, 정확히 그 미간을 꿰뚫은 보이지 않는 탄환의 궤적.

마치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처럼 헤실헤실 떨어져나가는 붉은 불꽃꼬리들.

옥상 위가 아닌 바깥 어딘가에서 날아든 그 투표권의 행사를 모두의 시선이 홀린 것처럼 좇았습니다.

구멍난 자기 자신의 두상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찢어질 듯 굽어씹던 하루히 양은, 꽉 쥔 두 주먹을 파르르 떨며 오갈 데 없는 분노를 끓어올렸습니다.



레이몬 하루히: "무… 무슨… 이게 무슨…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키리누키 켄마: "…무슨 일이죠? 하루히 양. 지금 상황을 말해주세요. 방금의 총성은 대체…? 우리 승리가 확정된 건가요? 누가 누구에게 투표한 거죠?"

레이몬 하루히: "카라아스야아마아…! 이… 이… 이 망할 한량 색골 새끼가아…!"

키리누키 켄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카라스야마라니, 그 사람은… 그 사람은 탈락했잖아요?"

레이몬 하루히: "그걸 내가 몰라서 이래!! 무슨 개짓거릴 한 거야, 흰토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고!"

"후훗. 후후후훗. 후후후훗. 그 인간이 짜증난다는 건 동의하지만, 그 화를 저에게 돌리셔도 곤란한데요. 저도 그 제멋대로인 인간에게 휘둘리고 있을 뿐이라고요. 오히려 그와의 친분은 당신이 더 두터우니까, 하루히 양이 저를 달래주셔야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은지?"

레이몬 하루히: "이 씨발년이…!"

키리누키 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비록 카라스야마 씨가 정말로 살아있었다고 한들…. 당신은… 카미나기 아씨는 거짓말을 못하잖아."



방금까지의 여유라곤 온데간데 없어진 그의 태도에 푸흣, 하고 살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것에 기분이 고양되고 마는 저는 어쩔 수 없는 천상 S인걸까요?



"맞아요. 저는 NG 행동 탓에 거짓말을 못해요. 카라스야마가 씨가 죽었다고 여러분에게 알렸던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죠."

키리누키 켄마: "그렇다면…."

"하지만… 거짓말이 아닌 '착각'이라면 얘기가 다르잖아요?"

키리누키 켄마: "……!"

레이몬 하루히: "설마……."

"네, 어쩐지 자주 말하게 되는 것 같지만 바로 그 설마. 저는 카라스야마 씨에게 속았습니다. 그 사람은 이른바 죽은 척을 한 거에요. 사람이 죽은 현장처럼 보이도록 난장판을 쳐놓고선 제가 모두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도록 유도했어요. 관심이 사그라들자 유유히 다시 제 앞에 나타났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숨어있었어서, 관찰력이 뛰어난 저로서도 제때 잡아내지 못했어요. 아마 지금도 개인실에서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학급재판을 관람하다가 투표권을 행사하러 잠깐 나온 거겠죠."

레이몬 하루히: "크윽…."

아자부 이토리: "뭐,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야키치 슌: "하지만 죽은 척이라니, 어째서 그런 번거로운 짓을?"

"……어째서…라."



의아해하는 슌에게 적당히 대답할 말을 찾다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페널티의 불편함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결국 까마귀 씨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습니다.



"……거짓의 정의(定義)를 시험하고 싶었다나……."


아야키치 슌: "…? 그게 대체 뭔 개사료같은 소리래? 너 진짜 이상한 사람이랑 엮였구나."



"아, 몰라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지니까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별 거 아닌 이유로 그런 번거로운 짓을 벌이고도 남을 인간이란 것만 알아두세요."



저는 한 단어 단어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경멸을 듬뿍 담아 전해두었습니다.



레이몬 하루히: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교칙! 교칙을 읽어봐! 분명 모든 사람이 학급재판에 참석하도록 명시되어 있…."

"교칙상으론 모든 '태그'가 학급재판에 참여하게 되어있죠. 즉 태그 두 사람 중 한 명만 참석해도 교칙 위반엔 해당하지 않아요. 누가 누구에게 룰 설명을 하나요? 아하, '태그 시스템'은 처음이라 고인물도 어쩔 수 없나보군요?"

레이몬 하루히: "…!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류이치 군이 네년 편을 드는 거야?! 동료라고! 그 녀석과 나는! 게다가 그 녀석은 살인게임 따위엔 관심 없잖아! 참가할때부터 징징거렸단 말이야, 얼른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글쎄요. 그 인간조무사가 제 편을 드는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시청자 대표'끼리 배신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잖아요? 이제 와서 촌스럽게 따지지 말자고요. 후후."

레이몬 하루히: "…!!!!"

레이몬 하루히: "씨발, 씨발, 씨발,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바알…."

키리누키 켄마: "…자, 자. 하루히 양. 진정하세요. 아직 투표는 끝나지 않았다고요. 겨우 한 표가 나왔을 뿐이에요. 한 사람만 더 저희에게 가담하면…"

레이몬 하루히: "입닥쳐!!!"

키리누키 켄마: "……?"

레이몬 하루히: "너…너는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네 따위가 뭘 안다고 그래!"

키리누키 켄마: "하루히 양, 무슨 말을…."

레이몬 하루히: "제기랄, 이길 수 있었어! 나도 이길 수 있었다고! 조금 더, 조금 더 제대로 된 '초고교급'과 한 태그가 되었더라면! 저런 장님 따위가 아니라아…!"

키리누키 켄마: "……하루히 양."

레이몬 하루히: "모르겠지, 당신이 알 리가 없지! 그야 당신 눈에는 보이질 않으니까! 당신의 멀어버린 눈으로는 저 녀석들의 눈빛이 보이지 않으니까 모르는 거야!

저, 저 눈빛은… 저 기분나쁜, 같은 눈높이에서조차 내려다보는듯한 저 기분나쁜 눈빛은…!"



레이몬 하루히: "남은 녀석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우리에게 투표할 생각인 거라고!"



아야키치 슌: "네에, 정답."

레이몬 하루히: "……!"




빵야. 경쾌한 파열음이 밤공기를 갈랐습니다.



[SYSTEM]

<아야키치 슌>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아야키치 슌: "저기, 레이몬 씨. 아까 초고교급들은 일분 일초가 바쁘고 쫓기며 살 거라는 것처럼 말하던데, 사실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거든. 거기다 이 <천공호텔 단간론파>도, 갬블러로서의 은퇴식이라고 생각하면 썩 나쁘지 않은 무대야.
사실 뭣보다 여기서 한나에게 투표를 찍었다간, 아마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서…."


[SYSTEM]

<아자부 이토리>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아자부 이토리: "그러게 왜 남의 의뢰주를 클로로폼으로 마취시키고 그랬냐. 그것만 아니었으면 나도 단간론파를 끝내는 쪽에 투표했을 거다, 이 건방진 년아."

아야키치 슌: "…하지만 절 마취시킨 건 시무라인데요…."


[SYSTEM]

<타키모리 유미코>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타키모리 유미코: "내가 더럽게 바쁜 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주작은 좀 아니지! 방송 시청하는 내 팔로워들이 나한테 얼마나 실밍하겠어? 그리고… 난 한나 양에게 미움받기 싫다구. 흥."


[SYSTEM]

<타노 나타타>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타노 나타타: "흐아아암…? 뭐야, 왜 아직도 안 끝났어? 이제야 범인 찍는 중인가봐?"


[SYSTEM]

<타치바나 츠나요시>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타치바나 츠나요시: "어엇, 폭탄마 소녀! 재판 내내 하나도 안 듣고 잠만 잤으면서 어떻게 투표를… 엥? 어떻게… 범인을 맞춘 것이오…?"


[SYSTEM]

<이시미네 칸>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이시미네 칸: "후우, 사실 이 게임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같은 건 없지만… 아직 도서관 정리가 덜 끝나서 말입니다."

이나모리 쿠키: "모래는 거야, 못생긴 게. 대사 존나 구려."

이시미네 칸: "거 참, 정숙하세요!


[SYSTEM]

<무라츠바키 마사오미>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무라츠바키 마사오미: "…제 재능이 '초고교급 변호사'라서 덮어놓고 검정의 편을 들 거라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SYSTEM]

<시가라토 유즈>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시가라토 유즈: "……일단은, 진실이 우선이니까. 수수하게 한 표 행사하지."



[SYSTEM]

<카미나기 한나>님이 <TAG E>에게 투표하셨습니다.

"후훗. 이것 보세요. 역시, 게임은 다 함께 즐겨야 좋은 거라니까요."



모든 참가자들의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 과반수의 득표로 <TAG E>가 검정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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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쿠마: "우푸푸, 볼 것도 없이 정답입니다! 초고교급 코미디언, 사실은 시청자 대표인 시무라 카리나! 그녀를 살해한 건 같은 시청자 대표이자 그녀의 친구였던 레이몬 하루히 양, 그리고 초고교급 펜싱선수 키리누키 켄마 군이었습니다! 정답자들, 모두 축하해!"


1-11화 이후 거의 두달여만에 모습을 드러낸 모노쿠마는 밤하늘을 가득 뒤덮은 불꽃놀이를 후광삼아 재판장석에 내려앉았습니다.


모노쿠마: "꽤 괜찮았던 드라마에 진행자로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두 명의 검정과 그에 동조한 게임 포기자 여러분들을 보면 화딱지가 솟을 것만 같아요! 여러분, 안 그래도 카라스야마 군의 억지때문에 인내심이 간당간당했는데 여러분까지 나를 화나게 하면 될까, 안 될까? 응? 응?"


아닌 게 아니라 모노쿠마의 새하얗던 반쪽 얼굴은 정말 우스꽝스러울 만큼 붉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카라스야마 씨의 불참 선언부터 슌의 트롤링, 저의 투표 독려 발언, 하루히 양과 키리누키 씨의 공개적 매수 행위 등등 첫 번째 학급재판 도중 몇번이나 사고가 생길 뻔 했으니, 모노쿠마가 저런 과열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모노쿠마: "뭐? 이런 살인게임 따위 아무래도 좋으니까 일상으로 돌아가버리라고? 세상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시청자 대표잖아, 시청자 대표! 하루히 양이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들의 뜻을 대변하는 거란 말야! 언어의 무게를 좀 파악하세요!"

모노쿠마: "마음만 같아서는 이대로 전부 처형대로 보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국룰이라는 게 있으니까, 마지막 가는 길 생존자들과 못 다 한 대화는 나누게 해줘야겠지? 대망의 첫 검정 듀오 제군. 어디 입 좀 놀려 볼래?"



레이몬 하루히: "……흐…흐으으으… 흐으으으으윽……."

키리누키 켄마: "……쩝. 결국 끝나버렸군요. 좋은 승부였습니다, 카미나기 아씨. 마지막 순간에 긴장의 끈을 놓은 저의 패배입니다. 하루히 양, 너무 기운 처지지 마세요. 썩 나쁘지 않았답니다, 우리들의 팀워크는. 요호홋.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에요."

레이몬 하루히: "……멍청이…… 그냥 화를 내란 말이야…."

키리누키 켄마: "흐흥. 그럴 수야 없죠. 하루히 양도 엄연한 아가씨인데. 게다가, 우린 파트너잖아요. 파트너끼리 의지하지 못하면 누굴 믿나요."

레이몬 하루히: "……."

키리누키 켄마: "만약 우리에게 다음이란게 있다면, 그때야말로 제가 하루히 양의 날카로운 검이 되어드리도록 하죠."

레이몬 하루히: "……."

레이몬 하루히: "……고마, 워…."

레이몬 하루히: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




한참을 그렇게 고맙다며 되뇌이던 하루히 양이 진정되기까지가 또 한참.

키리누키 군의 품에서 겨우 마음을 추스른 하루히 양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라붙은 입술을 뗐습니다.

무언가 사연 같은 걸 말하려는 것 같은데.



-



레이몬 하루히: "시무라 카리나… 그 년을 어떻게든 엿먹이고 싶었을 뿐이야. 처음부터 그것말곤 아무것도 없었어."

레이몬 하루히: "한 가지 영양가없는 정보를 말해줄까…. 흰토끼힌테 류이치 군이 어디까지 털어놨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단….

있잖아, 우리 <시청자 대표>들은, <천공호텔 단간론파>에 캐스팅되기 이전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였어."

"흐음."

레이몬 하루히: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들은 모두 한 조직에 속해있어…. 카라스야마 류이치, 후네즈 신지, 나, 그리고 시무라 카리나는 유서깊은 범죄조직의 조직원…. 오해하진 마. 범죄조직이라고 해봤자 수평적인 구조고, 사회에 적당한 혼란을 야기하는 정도의 짓밖엔 하지 않아. 은행 금고의 금괴를 연양갱으로 바꿔놓는다던가… 동물원의 고릴라를 시의회에 풀어놓는다던가…."

키쇼: "오? 그 사건이라면 저도 알 것 같슴다! 하릴없이 웹서핑 따위나 하다가 읽었슴다! 누적 피해금액은 대략 ○○억 쯤, 용의자는 10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유쾌범죄조직…."

시가라토 유즈: "…나도 특종으로 보도한 적 있었지. <도 넘은 10대들의 불장난> 같은 식상한 헤드라인으로."

아야키치 슌: "아니, 그거, 전혀 적당하게도 유쾌하게도 들리지 않는데…."

레이몬 하루히: "…조직에 대한 소개는 이만하면 됐어…. 어쨌든 중요한 건, 시무라 카리나와 나 사이엔 시청자 대표 말고도 개인적인 연이 있다는 거야…. 내가 시무라 카리나를 '배신'한 건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는 거지. 어쩌면 내가 천공호텔 단간론파에 참가하기로 한 것도 바로 시무라의 실체를 폭로하는 이 순간을 위해서일지도 몰라."



하루히 양은 붕대를 둘둘 감은 젓가락 같은 팔을 부숴뜨릴 듯 까드득 휘잡았지만, 시선은 여전히 힘없이 떨군 채였습니다.



레이몬 하루히: "…나는 시무라의 장난감이었어. 조직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이전부터 쭉. 난 시무라 카리나의 발닦개, 아니, 생리대 그 이하의 존재였어.

그럭저럭 팔리는 코미디언, 시무라 카리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끔씩 아역 배우 등으로 미디어에 출연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던가, 국민 스타로 아이돌 대접을 받았다던가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인지도는 됐지.

아역배우에서 싸구려 코미디언으로 전향한 후 변두리 학교에 전학 온 시무라가 금방 학교의 주인이 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 학교 생활에 집중하지 않는 다른 청소년 셀럽들과 달리 시무라는 늘 성실하게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의 몫을 다 했고, 교원들에겐 싹싹했으며 또래들에겐 든든한 리더였으니까. 학년과 직위를 가리지 않고 시무라에게 반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

하지만 나만은… 나만은 제대로 응시할 수 있었어. 나만이 알고있었어. 시무라 카리나는 그저 인두겁을 뒤집어 쓴 돼지에 불과하다는 걸.

당시의 시무라는 주체할 수 없는 열등감을 키우고 있었어. 자신보다 잘나가는 셀럽들, 아역 배우들, 코미디언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근거없는 가십을 떠들고 다니며 헐뜯었지. 시무라는 스스로가 그들처럼 될 수 없음을, 그리고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스스로를 고치고 개선시킬 생각보단 자신만의 가짜 세계를 구축하고 그걸 지켜나가기에 급급했지. 나와 시무라가 다닌 학교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작은 모래성이었던 거야.

시무라를 꿰뚫어본 나는 그 애를 가엾게 여겼어. 초라하고 보잘것없게나마 빛나던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어. 같은 어둠을 공유하고 있는 패배자들끼리, 패배자들의 자기위로에 불과할지라도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 왜냐면… 왜냐면 나만이 그럴 수 있었으니까. 나만이 시무라의 가면 너머가 보였으니까. 내겐 반드시 그럴 의무가 있었던 거야.

그런데…. 용기 내서 꺼낸 그 말을 들은 시무라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돌변했어.

실수였어. 시무라는 자신의 어둠을 공유할 생각따윈 없었는데… 시무라에게 나는 마음의 손님이나 구원자 따위가 아니라 불청객에 불과했던 거야.

그때부터였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오른 시무라의 마음 속 어둠이, 닿지도 않을 만큼 높이 떠 있는 허상이 아닌, 뻗으면 손 닿는 거리에 있으며 자신보다도 하찮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여자애를 먹잇감으로 삼은 건.

시무라는 곧장 내게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해코지와 이지메를 가했어. 물건을 빼앗고, 코뼈가 부러질 만큼 두들겨패고, 사진을 찍어서 약점잡고, 모르는 학교의 남학생들에게 헐값에 몸을…!

그것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게 뭔지 알아? 시무라는 내게서 공간을 빼앗았어. 내가 있을 곳. 내 마음의 안식처들을 모두 다!

내 노력으로 겨우 맥을 유지해오던 오컬트 동아리는 시무라의 몇 마디 공작에 해산됐어. 시무라는 매 쉬는 시간마다 내게 오컬트가 저급한 취미인 이유를 외게 했고 그걸 온 진심으로 납득할 때까지 가혹하게 학대했어. 오컬트 아티팩트들을 모조리 박살내고 날 싸구려 코스플레이어, 창녀라고 매도했지.

오컬트 코스튬을 한 채 옆학교 남학생 위에서 허리를 흔들게 한 그 날 저녁 시무라는 내 친구라며 부모님에게 스스로를 소개했어. 엄마는 딸이 친구를 데려오는 일도 다 있냐며 허름한 냉장고를 털어서 저녁을 대접했지. 시무라 양은 귀엽구나, 하루히가 좀 닮았으면 좋았으련만.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시무라에게 눈길을 줬고 시무라는 아무 말 없이 눈웃음지었어.

내 집, 부모님이 겨우 몇 칸 떨어진 곳에 계신 내 방에서 나는 시무라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목을 졸렸어.

너는 언제든지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는 암탉이야, 라고. 시무라는 몇번이고 내 귀에 속삭였어.

나는 납득했지.

나는 암탉이구나. 암퇘지나 암캐 취급도 받지 못하는, 꼬꼬댁 하고 알을 낳는 암탉년이구나.

그렇게 난 몸도 마음도 모두 꺾여버린, 시무라의 완전한 장난감이 되었어.

그나마 시무라와 함께 조직에 들어가게 된 건 행운이었어. 시무라는 여전히 나를 노리개 취급했고, 나를 조직에 함께 가입시켜 준 것도 자기 장난감을 조직원들에게 과시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최소한 조직원들은 내게 친절했거든.

비록 나를 구원해줄 만큼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적어도 시무라가 있는 자리에서조차 나를 그녀와 대등하게 대해줬어. 조직이 벌이는 일들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류이치 군 같은 상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난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조직의 사람들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어. <천공호텔 단간론파>에 시청자 대표 자격으로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초대장이.

경찰도 어쩌지 못할만큼 철저하게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는 우리들의 신상을 주최측이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스포트라이트에 굶주려있던 시무라에게 방송 출연 제의는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기회였어.

뒤돌아 볼 것도 없이 시무라는 제의를 수락했고, 부려먹기 편한 노예이자 여차하면 죽여버릴 수 있는 나, <단간론파>에 개인적인 흥미가 있던 신지 군, 머릿수 맞추기로 억지로 끌려나온 류이치 군까지 참가를 확정했지.

그런데 말야, 이 호텔에 체크인하고서부턴 통쾌한 순간이 정말 너무나도 많았어. 초고교급.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은 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간들.
큭. 언제 어디서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 건방진 돼지년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 밝게 빛나는 '진짜'들 앞에서는 한낱 거머리 취급 받는 꼴을 보고있자니 말이야, 정말이지 그딴 년한테 여지껏 걸레짝 취급받던 내가 다 우스워지더라….

하,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인기몰이를 위해 방송에 출연했지만 초고교급들에게 한없이 밀리는 존재감, 거기에 너무 이르게 들려와버린 류이치 군의 탈락 소식에 마음이 급해진 시무라는 예정을 앞당겨 계획을 실행하려 했어. 그 계획이란 뭐, 당연히… 만만한 내 멱을 따는 거였지.

풉, 크큭. 어이없어, 정말. 어차피 짜고치기로 살인할 생각이었다면 조용한 곳에 불러내서 흔적 없이 죽여버리면 되잖아. 꼭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살인을 하겠다니, 그 알량한 허영심이란 정말. 절망스럽게 저주스러워. 절망스럽게 멍청하고 절망스럽게 가증스러웠어.

그래서 마음먹었어! 난 도무지 그 모래 성을 박살내지 않고선 버틸 수가 없겠다고, 이 뒤가 어떻게 되든 간에 시무라를 죽여버리고 그 실체를 온 세계에 까발려버리겠다고, 내 파트너인 키리누키 군에게 토해내듯 말했어! 키리누키 군은 내 마음을 알아줬고…."



거기까지 말한 하루히 양은 그만 입술을 깨물고 헛, 하고 벅찬 숨을 틀어막았습니다. 새빨갛길 넘어 불그죽죽한 감 색깔처럼 되어버린 하루히 양의 볼에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덩이들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키리누키 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숨죽이고 그녀의 열변에 귀를 기울이던 청중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고보니 단서들 중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었는데. 무대 뒤쪽 계단의 작은 혈흔… 그거 혹시."

레이몬 하루히: "…말 해 뭐하겠어. 피에로 코스튬에서 식초 냄새가 나자, 그 미친년이 면도칼로…."


그녀는 팔뚝의 붕대를 살짝 풀어보였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단순 변심 외에도 당신의 배신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가상현실이라지만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데도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역'을 맡기다니. 단순한 동료들 간의 계획이라고 보기엔 비정상적이니까요."

레이몬 하루히: "큭. 이것마저도 '역시'야? 나 참, 진짜……."


하루히 양은 줄곧 발치만을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룰렛 천구를 올려다보았지만, 그 몸짓에는 어느 생의 기운도 담겨있지 않아 마치 누군가 뒤에서 머리채를 휘어잡고 당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레이몬 하루히: "진짜, 못해먹겠네……. '우리들'은 이렇게나 아래서 발버둥치는데……. 너희들은… 밤하늘의 별보다도 멀리에 있어. 그게 분해. 어쩔 도리 없이 분하다고."

"하루히 양…."

레이몬 하루히: "……이제 됐어. 속 시원하네. 비록 주인공이 되진 못했지만 목적은 이뤘으니까. 뒷수습이 어떻게 되든 이걸로 시무라 카리나는 나락까지 떨어지겠지. 그년이 개인적인 해코지를 하려 들진 몰라도…. 그땐 어떻게 되든 좋아. 나도 더 이상 예전처럼 멈춰있진 않을 거니까…."

키리누키 켄마: "요호홋. 그렇게 된다면 제가 당신의 옆에 있겠습니다. 파트너니까요."

레이몬 하루히: "……."



검게 번져 흘러내리는 마스카라를 손등으로 슥슥 닦아내며, 하루히 양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또 끄덕였습니다. 몇번이라도 수긍하고 싶다는 듯이 전에 없이 힘차고 또 힘차게.



키리누키 켄마: "에에, 마무리하기 전에 저듀 몇 마디 남겨도 괜찮겠죠? 아닌가? 슬슬 끝내려는데 눈치없게 구는 건가?"

시가라토 유즈: "…잘 알고있네. 그런데도 무슨 말을 더 하겠다는 거야?"

키리누키 켄마: "그게, 카미나기 아씨가 저를 더 볼 생각이 없다고 하셔서 말이죠. 유원지에서 쿠앤크 빨면서 나눴던 대화를 마무리짓지 않으면 홀가분하게 발 쭉 뻗고 잠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장님은 수다쟁이랬던가요. 좋아요. 들어드리죠."

키리누키 켄마: "요호호홋, 거 감사합니다. 어디까지 말했었죠? 외국을 떠돌다 은사와도 같은 크리스토프 코치를 만나게 된 것, 크리스토프의 집에서 지내며 그의 딸 줄리아와 사랑하게 된 것, 펜싱 선수권 결승전을 앞두고 음독을 당해 시력을 잃게 된 것, 크리스토프의 자백으로 종결된 수사…. 뭐 이 정도였던가요?"


키리누키 켄마: "사실… 크리스토프에게도 이유가 있었답니다. 우승을 목전에 둔 자신의 선수에게 독을 먹여야만 했던 이유. 그건 바로… 딸 줄리아를 위해서였어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줄리아를 대신해서 제게 독을 먹인 겁니다.

사실 줄리아는… 몸과 마음에 병이 있었어요. 가벼운 조현병 증세가 있던 줄리아는 방문치료를 받으며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했고, 선천적인 시각장애도 앓고 있어 지금의 저처럼 사물의 형상을 분간하지 못했죠.

크리스토프는 줄리아가 저를 만나게 된 후로 증세가 나아지고 있다고,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호전되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줄곧 줄리아를 들여다보고 돌보던 저 또한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줄리아가 비록 보이진 않더라도 한발짝 한발짝 저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했죠.

하지만… 줄리아는 낫고 있던 게 아니었어요.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죠. 그녀의 가족과 저를 위해서 그게 최선이라고 믿으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의사와 보호자를 속였습니다.

그야말로 가벼운 증세에 불과했던 그녀의 병은 어느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줄리아를 좀먹었고, 조현병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습니다.

줄리아의 세계 속에서 저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나타난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었어요. 갈수록 불안과 발작, 공황증세가 심해지던 그녀는 자신의 병과 시각장애를 모두 제 탓으로 돌렸고, 이유 모를 죄책감을 가진 저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정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줄리아는 결국… 결국 제가 보는 오색 찬란한 세계를, 그녀가 날 적부터 보아왔던 암흑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어했습니다.

크리스토프는 딸의 마음을 알고 고뇌했습니다. 막아야 했어요. 제 우승 메달은 둘째치고서라도, 금쪽같은 딸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고, 실제로 몇 번이나 그녀의 범행 시도를 저지했을 겁니다.

하지만… 몇번이고 계속해서 저를 노리는 줄리아를 완전히 멈춰세우려면 그녀를 정신병동에 가둬두는 수밖엔 없었어요. 그것이야말로 정말 하지 못할 짓이라고 크리스토프는 생각했고, 결국 다가오는 대회의 압박과 딸의 증상 악화로 인한 스트레스에 고통받던 그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고 말았죠.

그의 딸을 대신해서 제자의 시력을 빼앗는다… 라는 최악 중의 최악의 결론을요."











키리누키 켄마: "…라는 건 사실 전부 지어낸 얘기이지만요! 요호홋!"

"……네?"

레이몬 하루히: "??????"

아자부 이토리: "…????"


기운차게 지팡이를 돌리며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는 키리누키 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몰입하던 이들의 맥이 한순간에 다 풀려버렸습니다.

이제와서 지어낸 얘기라니?


키리누키 켄마: "아아, 역시 말이 안되죠. 요호홋. 딸을 정신병원에 보내기 싫어서 친아들처럼 아끼는 선수에게 독을 먹이고 감방에 들어가다니. 어중간한 부분에서 개연성이 부족해요. 아아. 시나리오로선 글러먹었네요.

카미나기 아씨. 줄리아가 조현병을 앓았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로 크리스토프는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다신 입을 열지 않았고, 줄리아는 행방불명되어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요.

방금 말씀드린 진상은 그나마 제가 가진 정보들을 토대로 쌓아올린 가설 중 하나에 불과하답니다. 그 건설 방식은 카미나기 아씨의 추리와 별 다를 바가 없지만, 딱 하나 치명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그건 진위를 확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겠죠.

침묵, 소통의 단절…. 그 일방적인 관계적 폭력 앞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혼자 남겨진 채 머릿속에서 기억의 티끌을 긁어모아 어줍잖은 가설을 세워보고, 가설을 부패시켜 부풀어오른 망상으로 만들고.

마치 보이지 않는 상대와 칼싸움을 하는 것처럼, 저는 존재하지 않는 크리스토프와 줄리아에게 수백 수천 번을 더 질문했지만 그럴듯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뭐, 사랑 얘기는 흔히들 그렇게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죠? 요호홋."


"…키리누키 씨…."


키리누키 켄마: "카미나기 아씨. 흔히들 장님을 현자처럼 묘사하면서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저 새카맣게 불타버린 세상을 보고싶은 대로 덧칠하게 될 뿐이랍니다. 요호홋."

레이몬 하루히: "……."




'새카맣게 불타버린 세상을, 보고싶은 대로 덧칠하게 될 뿐이다.'

마음의 밑바닥에서 끓고 또 끓다가 이윽고 딱딱하게 눌러붙어버린 맹인의 서러움이 담긴 그 말.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싶지 않은 것마저 있는 그대로 보게 되어버리는 저에겐 은하수 건너편의 일처럼 와닿지 않는 울림이었습니다.



키리누키 켄마: "자, 그러면… 이젠 정말로 작별을 합시다! 데이트 신청은 차여버렸지만 제겐 하루히 양이 있고…."

레이몬 하루히: "…귀축남. 여자를 대타 취급하지 말란 말야."

키리누키 켄마: "요호홋. 하루히 양, 그러면 끝나고 차라도 한 잔. 차가 별로라면 달달한 라떼라도?"

레이몬 하루히: "……난 쌉쌀한 생강차가 좋아. 저, 그리고 얘들아…."


하루히 양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레이몬 하루히: "조금 흉한 꼴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동경하던 초고교급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흰토끼, 류이치 군을 잘 부탁해. 류이치 군이 살인게임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아마도 흰토끼 네가 마음에 들어서일테니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맡기는 느낌이지만,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초고교급이니까."

"…."


말 그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짐인데요.

더군다나 마음에 들었다니, 그건 더더욱 상상하기 싫은….




모노쿠마: "자, 거기까지! 이야, 하루히 양과 키리누키 군 모두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네요! 이건 아주 좋은 화젯감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주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겠어요! 우푸푸!"


불룩 튀어나온 배를 긁으며 흡족하게 웃는 모노쿠마.

인간의 드라마를 먹이삼아 살아가는 배불뚝이 곰.

팬더와 배색은 비슷하지만 전혀 귀엽지 못한 그 곰이 드디어 길었던 학급재판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금치장이 된 법봉을 높이 치켜세웠습니다.

법봉의 끝이 가리키는 곳은 오색 문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돔의 천구.

그 주변을 둘러싸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하나 둘 사라지고, 며칠 전 유원지에서 보았던 그 광경이 그대로 재현되어 수많은 시청자들의 얼굴이 빼곡하게 돔을 메웠습니다.

일부 섞여있는 야유와 그걸 덮는 수만 명의 환호.



~카미나기 님, 믿고있었다구!!! 역시 죽도록 사랑해!!!~

~쥐엔~장! 켄마 네녀석! 비록 졌지만 화가 날 정도로 멋있다!~

~시무라 카리나? 그 년,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최고의 쇼를 준비해준 모노쿠마 님도 최고!!~





모노쿠마: "우푸푸, 이거이거 반응이 뜨겁다 못해 팍 익어서 펑 터져버릴 것만 같은 열기! 첫 번째 학급재판은 그야말로 대흥행이군요! 하! 지! 만!"

모노쿠마: "키리누키 군의 말대로 이젠 작별의 시간입니다! 팔자 좋게 하고픈 말도 다 쏟아낸 것 같고, 더는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슬슬 여러분을 기다리는 처형대를 가동시켜도 되겠지요?

초고교급 펜싱선수 키리누키 켄마, 그리고 오컬트를 사랑하는 시청자 대표 레이몬 하루히 양을 위해 스페셜한 벌칙을 준비했습니다!

자, 그러면 다같이 힘차게 가볼까요?


벌칙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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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 치직… 치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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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초고교급 카지노 딜러> 카미나기 한나
A] <시청자 대표> 카라스야마 류이치

B] <초고교급 보디가드> 아자부 이토리
B] <초고교급 갬블러> 아야키치 슌

C] <초고교급 JK???> 쇼코라 치에
C] <초고교급 ???> 유키야마 카무이

D] <초고교급 상담부원> 타키모리 유미코
D] <초고교급 현악부원> 토미하레 소루

E] <시청자 대표> 레이몬 하루히
E] <초고교급 펜싱선수> 키리누키 켄마

F] <초고교급 실험부원> 타노 나타타
F] <초고교급 대장장이> 타치바나 츠나요시

G] <초고교급 랭킹메이커> 이나모리 쿠키
G] <초고교급 사서> 이시미네 칸

H] <초고교급 동화작가> 아리스 윈터우즈
H] <시청자 대표> 후네즈 신지

I] <시청자 대표> 시무라 카리나 OUT!
I] <초고교급 변호사> 무라츠바키 마사오미

J] <초고교급 르포기자> 시가라토 유즈
J] <초고교급 연극배우> 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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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제시하는 천공호텔 단간론파의 테마는 (좀 식상하지만) 거짓과 진실

캐릭터들의 언동에 테마를 대입해서 읽으면 더 재밌을듯 합니다.

다음화는 드디어 1챕터 완결